Convergence
서로 다른 세계는 어디에서 하나가 되는가.
《Convergence》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개인적인 기억에서 가져온 존재와 상징을 하나의 공간에 모아 새로운 세계를 구성한다. 원래 서로 다른 맥락에 있던 이미지들은 한 장면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어느 하나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Convergence》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 존재와 장소, 문화적 이미지와 개인적인 기억을 하나의 거대한 공간 안에 모은 디지털 드로잉 작품이다. 처음에는 《CHAOS II》라는 이름으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CHAOS》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다시 정리되었다.
《CHAOS》가 서로 다른 기억과 이미지가 뒤섞이며 발생하는 혼돈에 가까웠다면, 《Convergence》는 그 이미지들이 한곳으로 모인 이후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계에 가깝다. 서로 다른 시간과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들은 원래의 맥락을 벗어나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서로의 크기와 위치, 시선과 거리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화면에는 현실적인 건축 구조와 거대한 기계적 형상, 인간과 동물, 대중문화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SHHAN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고양이들이 함께 존재한다. 각각의 요소 사이에는 본래 하나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화면 안에 놓이는 순간 관객은 이들이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이유와 서로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작품 속 크기의 차이 역시 현실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어떤 존재는 건축물보다 거대하고, 어떤 존재는 그 아래에 작게 놓인다. 현실에서라면 함께 존재할 수 없는 크기와 거리의 관계가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이곳이 현실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여러 세계가 겹쳐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화면 아래에 서 있는 존재들은 이 거대한 풍경을 마주한다. 그들 앞에는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이야기에서 온 이미지들이 하나의 세계처럼 펼쳐져 있다. 관객 역시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분하기보다, 이미 한곳에 모여버린 이미지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을 발견하게 된다.
《Convergence》에서 SHHAN이 관심을 두는 것은 각각의 이미지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하는 것보다 서로 관계없던 것들이 한곳에 놓였을 때 어떻게 새로운 관계와 의미가 발생하는가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대중문화의 기억과 현재의 관심, 자신의 작업에서 만들어진 존재들은 한 사람의 기억 안에서는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시기에 경험한 이미지가 겹쳐지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인 Convergence는 단순히 여러 이미지가 모여 있다는 뜻만을 갖지 않는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흘러온 기억과 문화, 현실과 허구가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Convergence》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을 설명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세계의 경계가 사라졌을 때 무엇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각각의 이미지는 자신의 기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미지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