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서로 다른 문화와 기억은 한 세계에서 어떻게 만나는가.
《CHAOS》는 SHHAN의 개인적인 기억과 서로 다른 시대의 대중문화 이미지를 하나의 세계에 뒤섞으며, 원래 관계없던 존재들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탐구한다. 2022년에는 원작을 영상으로 변형한 《Metaverse》를 통해 당시 미래의 공간으로 과장되던 메타버스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를 이 혼돈의 세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CHAOS, 2021
《CHAOS》는 SHHAN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 온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억과 자신의 작업에서 만들어온 존재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뒤섞어 만든 디지털 드로잉 작품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이야기와 시대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을 하나씩 그리고 화면에 쌓아가며 장면을 만들었다. 하나의 정해진 세계관이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들이 서로 충돌하고 연결되면서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상태 자체에 집중했다. 제작 과정 역시 완성된 결과만을 공개하는 대신 당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계속 공유되었다.
화면에는 거대한 달과 안개에 잠긴 도시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동시에 등장한다. 거대한 생명체와 로봇, 건축물과 상징들은 원래 서로 같은 이야기에 속해 있지 않지만, 《CHAOS》 안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화면 앞에는 왕관을 쓴 두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다. 한 마리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화면 밖의 관객을 응시한다. 주변에서는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양이들은 특별히 동요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혼돈은 해결해야 할 재난이라기보다 이미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계의 일상처럼 존재한다.
《CHAOS》에서 중요한 것은 화면 속 이미지들의 출처를 알아맞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접했던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억과 SHHAN 자신의 작품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원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로 관계를 맺는 과정에 있다.
현실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과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도 한 사람의 기억 안에서는 동시에 떠오를 수 있다. 오래전에 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최근에 만든 캐릭터,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취향은 머릿속에서 명확한 경계 없이 연결된다. 《CHAOS》는 이러한 기억의 구조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그대로 허용한다.
Metaverse, 2022
2022년, SHHAN은 완성된 《CHAOS》를 다시 작업의 대상으로 가져왔다.
NFT와 Web3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Facebook이 회사 이름을 Meta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을 넘어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미래의 공간을 설명하는 말처럼 확산되고 있었다. SHHAN은 당시 메타버스를 둘러싼 기대가 실제 변화보다 빠르게 부풀려지고 있다고 바라보았고, 기존 《CHAOS》에 움직임과 새로운 이미지들을 더해 영상 작품 《Metaverse》로 변형했다.
기존의 혼돈 속에는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들이 추가된다. 화면의 facebook은 Meta로 변화하고, 도시에는 ROBLOX의 이름이 광고판처럼 등장한다. 《Back to the Future》의 드로리안을 탄 Mimic Shhans가 나타나며, 《Dragon Ball》의 손오공과 신룡을 비롯해 서로 다른 시대에 미래와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이미지들이 다시 하나의 공간에 뒤섞인다.
원작에서 화면 앞에 앉아 있던 고양이에게는 VR 기기가 씌워진다. 기기 바깥에서는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인사말이 여러 언어로 교차하며 반복된다.
이 장면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처음 실행했을 때 나타나는 초기 설정 화면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기기를 켜고, 언어를 선택하고, 환영 인사를 받은 뒤 새로운 세계에 처음 들어간다.
하지만 《Metaverse》에서 이 ‘처음’은 계속 반복된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고 말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다시 미래가 도착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시작처럼 소개되지만, 사용자는 계속해서 비슷한 입구 앞에 다시 서게 된다.
드로리안과 《Dragon Ball》, Roblox와 Meta, VR과 Mimic Shhans는 서로 다른 시대와 세계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다. 《Metaverse》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한 화면에 공존시키면서, 우리가 새롭다고 받아들이는 미래 역시 과거부터 반복해 온 미래에 대한 상상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Metaverse》가 풍자하는 것은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SHHAN이 바라본 것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이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시작으로 포장하고 소비하는 기대와 과장이다.
《CHAOS》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과 상상을 하나의 세계 안에서 충돌시켰다면, 《Metaverse》는 이미 완성된 그 세계를 다시 열어 2022년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욕망과 미래의 이미지를 추가한다.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비슷한 ‘처음’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Metaverse》는 이러한 생각을 담은 《CHAOS》의 파생 영상 작품으로 제작되었으며 NFT로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