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ju Encyclopedia
상상 속 거대한 존재를 실제로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Kaiju Encyclopedia》는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일본 특촬물과 ‘괴수대백과사전’의 기억에서 출발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생명체를 SHHAN의 세계 안에 다시 만들어낸 프로젝트다. 익숙한 고양이의 몸을 도시와 인간을 압도하는 크기로 확장하고, 서로 다른 모습과 환경을 가진 괴수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듯 그려낸다.
《Kaiju Encyclopedia》는 SHHAN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일본 특촬물과 괴수 문화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괴수대백과사전’은 현실에 없는 생명체들을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분류하고 소개했다. 서로 다른 이름과 생김새, 크기와 특징을 가진 괴수들이 한 세계에 모여 있었고, 어린 SHHAN에게 그것은 단순한 캐릭터 모음이 아니라 어딘가에 정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체들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는 그 기억을 SHHAN 자신의 이미지로 다시 만들어본 작업이다. 출발점은 고양이다. 평소 인간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익숙한 동물을 도시와 건축물,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큰 존재로 바꾸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크기의 생명체가 실제 세계에 나타난 장면을 상상했다.
작품 속 괴수들은 하나의 동일한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어떤 존재는 폐허와 도시 사이에 거대한 몸을 드러내고, 어떤 존재는 작은 인간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건물과 도로, 나무와 사람처럼 우리가 크기를 알고 있는 대상들이 함께 등장하면서 괴수의 규모를 짐작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인간과 건축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괴수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가 된다. 평소 인간보다 작은 고양이가 건물보다 커지는 순간, 익숙했던 크기의 질서는 뒤집힌다. 인간은 더 이상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존재가 아니라, 전체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생명체와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작은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곳의 괴수들은 반드시 도시를 파괴하거나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특촬물의 거대한 생명체에서 출발했지만, 전투를 위한 캐릭터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도시 한가운데 서 있거나 어딘가를 바라보고, 움직이거나, 때로는 그저 그 장소에 존재한다. 거대한 크기와 고양이 특유의 무심한 행동이 함께 놓이면서 공포와 친숙함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Kaiju Encyclopedia》라는 제목은 이들을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 안에 넣기보다 서로 다른 괴수를 발견하고 기록한다는 발상에서 붙여졌다.
하나의 주인공을 따라가는 대신, 어딘가에 이런 거대한 존재들이 실제로 살아간다고 상상하고 그 모습을 하나씩 수집한다. 각각의 이미지는 그 세계에서 발견된 장면이자 존재의 기록처럼 기능한다. 이미 알려진 유명 괴수를 다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생명체인 고양이에서 새로운 괴수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Sleeping Kaiju》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특히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거대한 고양이가 마을과 도로 사이를 가득 채운 채 잠들어 있고, 위에서 내려다본 인간의 생활공간은 그 몸과 비교하면 작은 모형처럼 보인다.
괴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공격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저 잠들어 있지만, 존재의 크기만으로 주변 풍경 전체가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마을인 공간이 거대한 고양이에게는 몸 하나를 눕히기에도 작은 장소가 된다.
중요한 것은 괴수가 무엇을 파괴하는지가 아니라, 우리와 전혀 다른 크기의 존재가 같은 세계에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공간과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 보이는가이다.
앞선 프로젝트 《Shhan》에서도 SHHAN은 거대한 검은 고양이를 반복해서 그렸다. 《Shhan》이 하나의 존재를 이야기에서 꺼내 다양한 크기와 형태, 분위기와 아름다움으로 바라보았다면, 여기서는 그 관심이 여러 거대한 존재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상상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에도 도시와 폐허, 인간과 거대한 생명체를 함께 배치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익숙한 크기의 질서를 바꾸고, 인간이 세계의 기준이라는 시점을 흔드는 방식이다.
《Kaiju Encyclopedia》는 어린 시절의 괴수와 특촬물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SHHAN에게 가장 익숙한 고양이를 인간의 크기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로 바꾸고, 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세계를 상상한다.
마치 어린 시절 펼쳐보았던 괴수대백과사전처럼, 이 프로젝트는 그 세계에서 발견된 거대한 존재들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