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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verse

다른 세계와 몸에서도 같은 존재일 수 있는가.

시작년도
2022
진행여부
완료
카테고리
순환
매체
디지털 드로잉
형식
연작
작품 구성
17점
관련 전시
The SHHAN – Multiverse, Make B Cafe, Seoul, 2022

《Multiverse》는 하나의 존재가 서로 다른 세계를 통과하며 다른 몸과 모습으로 변화할 때, 그 존재의 정체성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와 흐르고 뒤틀리는 형상을 통해, 존재가 하나의 몸에 고정된 것인지 변화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Multiverse》는 하나의 존재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지나며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17점의 디지털 드로잉 연작이다. SHHAN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검은 고양이는 이 작품에서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세계를 통과하며 형태와 상태가 변화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어떤 고양이는 익숙한 몸을 유지하지만, 어떤 존재는 액체처럼 흐르거나 신체가 길게 늘어나고 뒤틀린다. 때로는 주변의 공간과 몸의 경계가 사라지고, 신이나 악마처럼 보이는 낯선 형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각각은 서로 다른 모습과 힘, 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검은 고양이라는 하나의 형상이 반복해서 남아 있다.

이 연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액체와 연기 같은 형상은 단순한 배경이나 장식이 아니다. 고양이의 몸을 감싸고, 삼키고, 때로는 몸 자체와 섞이면서 하나의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다. SHHAN은 이를 세계와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시공간의 흐름이자 차원을 이동하는 통로로 상상했다.

그 안으로 들어간 존재의 몸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늘어나고, 녹아내리고, 분리되거나 주변의 공간과 섞인다.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몸이 다른 장소에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조건 속에서 존재의 모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사건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추락과 다이브의 이미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은 소멸이나 죽음을 직접적으로 의미하기보다 현재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움직임에 가깝다. 하나의 공간에서 사라지는 순간은 다른 공간에서 나타나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때 《Multiverse》가 묻는 것은 다른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곳으로 이동한 존재를 이전과 같은 존재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있다.

몸이 달라지고, 가지고 있는 힘이 달라지고, 살아가는 세계와 경험까지 달라진다면 무엇이 이전의 존재와 다음의 존재를 연결하는가. 외형이 정체성을 결정한다면 이들은 모두 다른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완전히 변한 뒤에도 이전의 무언가가 이어질 수 있다면, 존재의 정체성은 눈에 보이는 형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17개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검은 고양이는 이 질문을 위한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비슷한 형상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관객은 서로 다른 이미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을 찾는다. 그러나 작품은 이들이 실제로 하나의 존재인지, 서로 다른 세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존재들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같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다르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 경계를 열어둔다.

《Multiverse》는 이러한 방식으로 SHHAN의 작업에서 존재의 이동과 변형을 본격적으로 다룬 초기 연작이 된다. 이 시기의 이동은 아직 죽음과 환생이라는 구체적인 구조보다 차원과 시공간을 건너는 상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하나의 상태가 끝난 뒤 다른 상태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몸은 변해도 어떤 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질문은 이후 SHHAN이 삶과 죽음, 윤회와 반복을 다루는 작업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Multiverse》에서 변화는 이전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몸이 무너지고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에도 그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이 남아 있다.

다른 세계와 다른 몸에서도 여전히 같은 존재일 수 있는가. 《Multiverse》는 그 가능성을 하나의 답으로 규정하지 않고, 17개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펼쳐 보인다.

《Multiverse》는 2022년 서울 Make B Cafe에서 열린 《The SHHAN – Multiverse》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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