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ANart
《SHHANart》는 고양이의 다양한 몸짓과 자세를 통해 같은 형상이 서로 다른 존재로 인식되는 과정을 바라본다. 고양이다운 움직임과 때로 인간적으로 보이는 태도 사이에서, 작은 몸의 차이는 각기 다른 성격과 감정, 삶의 인상을 만들어낸다.
《SHHANart》는 고양이의 다양한 몸과 자세를 관찰하며 서로 다른 존재의 태도를 표현한 20점의 디지털 드로잉 연작이다. 《Crowned》 이후 제작된 이 작업에서 SHHAN은 왕관과 같은 특정한 상징에서 벗어나 고양이의 몸 자체에 집중했다.
몸을 세우거나 웅크리고, 바닥에 느슨하게 눕거나, 몸을 길게 늘이고, 뛰어오르거나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까지 작품 속 고양이들은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한다. 같은 동물의 형상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몸의 방향과 무게, 시선, 꼬리와 다리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각각은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든다.
작품 속 고양이들은 대부분 검은 몸을 중심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배경과 주변의 사물을 최소화하고 때로는 털이나 얼굴의 세부 묘사까지 줄이면서, 작품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고양이의 실루엣과 자세다. 어떤 고양이는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고, 어떤 고양이는 무심하거나 느긋해 보인다. 또 어떤 모습에서는 장난스러움이나 우스꽝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이 실제 고양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익숙한 동물의 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자세를 해석한다. 고양이의 몸은 동물의 몸인 동시에 인간의 감정과 태도를 비추는 형상이 된다.
《SHHANart》의 고양이들에게는 이름이나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를 여러 장면에서 반복해 그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각각의 고양이는 서로 다른 개체처럼 보인다. 자세와 실루엣이라는 최소한의 차이만으로 관객은 각각에게 다른 성격을 부여하고, 때로는 그 존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까지 상상한다.
이 지점에서 《SHHANart》는 앞선 《Crowned》와 연결된다. 《Crowned》에서는 왕관이라는 동일한 표식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다른 자세와 태도를 취했다. 왕관이라는 강한 상징이 욕망과 존재를 바라보는 출발점이었다면, 《SHHANart》에서는 그 표식을 걷어내고 몸짓 자체를 전면에 놓는다.
20개의 고양이는 비슷한 형상을 공유하지만 어느 것도 완전히 같은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SHHANart》는 이 차이를 만드는 가장 작은 단위를 몸과 움직임에서 찾는다. 하나의 존재를 고유하게 만드는 것은 반드시 이름이나 얼굴, 서사와 같은 명확한 정보만은 아닐 수 있다. 몸을 움직이고 세계를 대하는 작은 태도의 차이 역시 그 존재를 다른 존재와 구별하게 만든다.
《SHHANart》는 《Crowned》에 이어 2021년 NFT 컬렉션으로도 발표되었다. 20점의 작품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발행되었으며, 현재 OpenSea에서 전체 연작과 당시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