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ch
다른 존재와의 만남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Witch》는 《The SHHAN》에서 파생된 인간 캐릭터 Witch와 검은 고양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일본 만화의 표현을 빌린 유쾌한 장면부터 《Multiverse》에서 영감을 받은 신체의 변형까지, 디지털 드로잉과 펜 드로잉으로 두 존재가 함께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그린다. 관계는 완성된 캐릭터에 덧붙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존재의 모습과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Witch》는 《The SHHAN》에서 처음 등장한 인간 캐릭터가 독립적인 작업의 중심으로 확장된 프로젝트다. White Cats와 Black Cats가 오랫동안 대립해 온 세계에서 Witch는 어느 종족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었으며, 야수처럼 여겨지던 검은 고양이 중 하나와 관계를 맺은 최초의 인간으로 설정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그 세계의 전쟁과 역사를 그대로 이어가기보다, 그 안에서 시작된 하나의 만남에 주목한다. 종족과 문명의 대립에서 시선을 가까이 가져오면 한 명의 Witch와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남는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 속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신, 두 존재가 함께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것이 작업의 중심이 되었다.
《The SHHAN》에서는 세계에 속하지 않았던 존재가 검은 고양이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간다. Witch의 이야기는 정해진 임무나 하나의 결말을 향해 진행되기보다, 상대와의 거리와 역할이 달라지는 여러 장면으로 펼쳐진다.
그 관계를 가장 유쾌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업이 《Witch Manga》다. SHHAN은 좋아해 온 일본 만화의 거친 선과 과장된 비례, 자유로운 장면 구성을 빌려 둘이 함께하는 모습을 그렸다. 여기서 Manga는 연속된 이야기를 읽는 만화책이라기보다, 두 존재의 관계를 자유롭게 상상하기 위한 표현 방식에 가깝다.
검은 고양이는 Witch를 태울 만큼 거대해지기도 하고, 그녀의 곁에 머무는 작은 동행자가 되기도 한다. Witch 역시 보호받는 존재와 함께 행동하는 존재 사이를 오간다. 이런 크기와 역할의 변화는 캐릭터의 설정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두 존재라도 서로를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관계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SHHAN은 그 차이를 하나의 규칙으로 고정하지 않고 장면마다 바꾸어본다.
이 관심은 펜으로 그린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Witch & Black Cat》의 세 작품은 디지털 작업과 별개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보다, 같은 두 존재를 다른 매체로 다시 바라본다. 복잡한 세계의 설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둘이 함께 놓이는 것만으로 거리와 친밀함, 힘의 관계를 상상할 수 있다.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은 두 존재의 크기와 자세를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신체와 주변의 경계가 변하는 모습으로 확장된다. 《Witch: Awakening》은 《Multiverse》에서 영감을 받아 이러한 가능성을 탐구한 작업이다. 《Multiverse》에서 몸이 흐르고 뒤틀리는 표현이 다른 세계를 통과하는 존재의 변화를 다뤘다면, 여기서는 Witch와 검은 고양이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액체와 연기처럼 흐르는 형상은 둘을 둘러싼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몸의 윤곽과 뒤섞인다. 분리되어 보이던 존재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다른 존재와의 만남이 자신의 경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상상이 드러난다. Awakening은 새로운 능력의 이름을 정하거나 힘의 기원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통해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가능성을 마주하는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의 표현 역시 디지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Witch: Awakening #6》은 펜 드로잉으로 제작되었다. 같은 질문을 디지털 이미지와 손으로 그은 선 사이에서 이어간다는 점에서, 매체의 차이는 별개의 세계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를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그렇다고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둘이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Witch와 검은 고양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도 각자의 모습으로 남는다. 고양이는 인간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대상으로만, Witch는 고양이에게 보호받는 존재로만 정리되지 않는다. 누가 더 크고 강한지보다 함께 있을 때 서로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해진다.
《Witch》의 여러 연작과 개별 작품은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 설정을 설명하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같은 두 존재를 반복해서 그리되, 만남을 바라보는 거리와 표현 방식을 바꾸면서 관계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를 탐구한 기록이다. 《The SHHAN》에서 시작된 작은 만남은 그렇게 하나의 세계에 딸린 이야기를 넘어 독립적인 작업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존재로 남아 있기 때문에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 때문에 다시 각자의 모습이 변화한다. 《Witch》는 다른 존재와의 만남이 나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을, 함께하는 두 존재의 여러 모습으로 펼쳐 보인다.